'아이가 2초 이상 당신의 눈을 응시하나요?' 이는 자폐를 진단하는 항목 중 하나이다. 짧은 눈맞춤은 보통 자연스럽게 일어나지만, '자폐 스펙트럼 장애 (이하 자폐)'가 있는 이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눈맞춤은 사회성과 대인 관계 형성에 중요한 요소로, 자폐증의 치료와 훈련에 필수적이다. 하지만 전 세계 6천만 명의 자폐를 가진 사람 중 충분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인구는 매우 한정적이다. 특히 복지 시설이 미흡한 나라에서는 인력 부족과 많은 비용으로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8세 이하 아동 68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자폐.* 이 아이들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없을까? 삼성전자와 제일기획, 서울대와
연세대 연구진, UX 디자이너와 앱 개발자 등 같은 마음을 가진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자폐를 가진 아동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첫걸음 - 눈맞춤을 도울 방법에 대해 고민하면서 Look at Me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자폐는 치료할수록 좋아질 가능성이 높지만, 치료비는 자폐 가족에게 큰 부담이 된다. Look at Me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스마트폰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훈련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훈련 프로그램이다. 특히 자폐 아동들은 인터랙션이 명확한 디지털 기기를 선호하는 특징을 지니는데, 여기에 카메라 뷰파인더나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를 매개로 하여 아이들은 세상과의 눈맞춤에 조금씩 가까워질 수 있다. 하루 15분씩 8주동안 훈련하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Look at Me 앱은 전 세계 누구나 쉽게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 Look at Me 이전에 자폐아가 다른 사람의 얼굴 표정을 인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를 밝히는 연구를 진행 중이었는데, 이 연구의 궁극적 목표와 Look at Me의 지향점이 일치했어요. 자폐 아동 중에서도 특히 고기능이나 아스퍼거라고 불리는 어린이는 기계 작동에 능하거나 이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고, 기계와 있을 때 더 흥미를 느끼고 지속적 관심을 보이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소통 개선이라는 아이디어에 쉽게 수긍할 수 있었습니다. "
- 정경미 교수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휴대폰이나 TV 등은 일차적인 인터랙션만 가능하지만, 카메라의 경우 달라요. 자폐를 가진 아이와 다른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입체화될 수 있도록 카메라는 훌륭한 매개체 (아이-카메라-부모)의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Look at Me 캠페인은 일차적으로는 눈을 마주 치도록 유도하는 프로그램이지만 큰 의미에서는 이것을 시작으로 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돕는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
- 유희정 박사 (서울대학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의사)Look at Me 프로젝트는 2013년 10월부터 시작된 장기 프로젝트였다. 각 분야 46명의 전문가가 모여 4,000여 장의 데이터를
제작했으며, 18단계의 레벨에 맞춰 분류했다. 이를 모바일 앱 형태로 구현하고, 임상 실험을 통한 실제 데이터를 반영하는 과정에서
32종의 프로토타입이 나왔다. 최종 버전의 안정성 검증을 위해 약 1,500회의 테스트를 거쳐 2014년 12월, 15개월 만에 Look at Me
프로젝트가 세상에 선보였다. 그리고 드디어 영문과 국문으로 Look at Me 앱이 런칭된 것이다.
연세대학교 임상심리학과와 분당 서울대학교병원 아동 정신과 연구팀이 임상 실험을 진행했다. 2014년 7월부터 8주간 Look at Me를 19명의 자폐 아동이
연구진의 모니터링을 받으며 사용했다. 참가자 부모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동 중 60%가 눈 맞춤이 개선되었고, 타인과의 상호작용 능력이 향상됐다. 자폐 인구는
소아암이나 다운 증후군 환자를 합친 것 보다 많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장애라는 이유로 복지 사각지대에 있다. 이제 Look at Me를 통해 누구나 쉽게
눈맞춤을 훈련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보다 많은 자폐 환자가 세상과 눈을 맞출 수 있도록, Look at me가 작은 소통의 창이 되길 바란다.
0%